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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5.05 주역 강의 2강 - 김용일 작가-
정치시사2018. 5. 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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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강의 2강 - 김용일 작가-

주역 강의 2강 - 김용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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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변화한다

가는 것은 모두 이 시냇물과 같구나. 밤낮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간다.


어느날 공자가 시냇물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가면서 한탄한 말이다. 우리들도 일상에 묻혀 잊고 지내다가, 문득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삼 놀라게 된다. 앙상하던 나뭇가지에서 피어나는 연두빛 이파리에서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을 보고,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주름진 얼굴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읽는다.


'변화'에 대한 인식, 여기에서부터 철학적 사유가 시작된다. 기원전 6세기경 희랍의 한 서정시인은 세월의 흐름에 따르는 인생의 무상함을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보게나, 세월이 내 관자놀이 위로

흰 서리를 뿌리더니, 어느새 내 머리를 흰 눈밭으로 만들었네.

이가 빠져 버린 잇몸은 자꾸 넓어지고

젊음도 기쁨도 오래 전에 스쳐가 버렸네.


희랍인들의 다정하고 민감한 감성은 인생과 자연이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덧없는 것이라는 '무상함'을 절실히 느끼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 덧없음의 느낌은 한편으로 영원한 삶을 얻으려는 종교적인 희구를 낳았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에 있어서 무엇인가 변화하지 않는 근원적인 것을 찾으려는 노력으로 나타났다.


변화하는 것과 변화하지 않는 것

『주역(周易)』은 '주(周)나라시대의 역(易)'이다. '역'은 본래 도마뱀의 일종을 그린 상형문자이다. 도마뱀은 주위의 상황에 따라 색깔이 수시로 바뀐다. 여기에서부터 '바뀌다', 즉 '변화'라는 의미가 도출되었다. '역'을 키워드로 하여 성립된 『주역』이 인간과 자연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근본 양상을 변화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변화의 성격에 대한 이해에 있어서는 고대 희랍인과 구별된다.


고대 희랍에서는 변화하는 자연과 인생을 덧없고 부질없는 무상한 존재로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이 심화되면서 '덧없지 않은 존재', 삼라만상을 변화시키면서도 그 자신은 변화하지 않는 영원한 존재, 즉 그러한 변화를 있게 하는 이법(logos)1)으로서 작용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으려고 하였다. 이것을 희랍인들은 '피시스(physis)'2)라고 불렀다.


입장은 다르지만, 변화하는 세계를 무상한 것으로 규정하는 사고는 불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불교 사상의 기저를 이루는 삼법인(三法印)3)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명제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여기에서 '제행'은 주관과 객관 세계 전체를 포괄하는 개념이며, '무상'4)은 고유한 실재성을 부정하는 말로서 긍정적으로 표현하면 '변화'가 된다. 따라서 '제행무상'이란 "모든 존재는 변화한다"는 말이다. 불교에서의 변화는, 한갓 외적인 모습이나 성질의 변화가 아니라, 자기동일성을 유지하는 그 어떤 연속체로서의 실체마저도 부정하는 철저한 변화이다. 그러므로 변화 속의 불변자는 인정될 수 없다. '무상함'은 모든 존재자가 걸머진 필연적 속성인 것이다.


그러나 『주역』은 "끊임없이 낳고 또 낳는 것을 역이라 한다"고 하여 변화를 생명의 창조 과정으로 본다. 유교 경전 가운데 수위(首位)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주역』인데 유교에 있어서 생명은 최고선이다. 그러므로 생명의 창조 과정으로서의 변화는 절대적 가치성을 가진다. 적어도 『주역』의 본문 자체만을 충실하게 분석해 본다면, 변화하는 현상계를 덧없는 것으로 부정하고 변하지 않는 어떤 실체가 이 현상 세계를 넘어서서 존재한다는 관념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변화해 나가는 세계의 변하지 않는 운동 질서 그 자체가 '도(道)'5)로 규정된다.


다 같이 변화를 자연과 인생의 본질적 속성으로 보면서도 변화에 대한 이해가 이처럼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하나의 요인은 외적인 조건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기원전 6세기경 희랍의 주요 도시였던 밀레토스는 인접 국가들과의 교역을 통하여 가난에 허덕이거나 상업적인 이익에 혈안이 되지 않아도 좋을 만큼의 부를 누리게 되었다. 그렇다고 하여 유흥과 방탕한 생활을 할 만큼 풍요로운 재력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말하자면 알맞은 '여유'를 갖고 살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삭막한 삶의 현실에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여유를 갖고 주위를 돌아보았을 때, 자연과 인생으로부터 끊임없이 변화하는 무상함을 읽게 되고 그에 따른 허무감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불변하는 실체인 피지스(physis)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던 것이다.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의 자연 환경도 인간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열악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매년 황하의 범람이라는 자연 재해와 싸우거나 기아에 허덕여야 했다. 『주역』 괘사와 효사6)의 원형이 성립되었던 시기로 추정되는 은(殷)ㆍ주(周) 교체기7)는 당시 서쪽 제후(西伯)였던 문왕의 아들인 무왕이 은대 마지막 왕이었던 주(紂)를 치고 주(周)의 시대를 새롭게 연 이른바 '혁명'이 수행되던 때였다. 또한 '십익(十翼)'의 성립기인 춘추전국시대는 170여 개의 나라가 10여 개로, 다시 7개의 나라로 축소될 만큼 극심한 전쟁을 겪은 시기였다. 이처럼 인간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성립된 『주역』은 형이상학적 초월의 세계나 종교적 명상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계사전」에 "역은 중고(中古)시대에 일어났을 것이다. 역을 지은 자는 우환(憂患)이 있었을 것이다"는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주역』은 현실 사회에 대한 강한 우환의식에서 태어났다. 즉, 끊임없이 도전해 오는 자연적ㆍ인위적 도전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주역』의 이러한 점 때문에, "삶을 알지 못하는데 어찌 죽음을 알며, 사람을 알지 못하는데 어찌 귀신을 알겠는가?"라고 했던 공자의 말처럼, 사후의 세계나 신의 영역에 대해서는 일단 판단을 보류한 채 현실을 지극히 선하고 지극히 아름다운 세계로 변혁하려 했던 유가의 사상에 입각하여 경전으로 채택된 것이다.


음양(陰陽)과 도(道) 그리고 대대(待對)의 논리

『주역』은 변화를 생명의 창조 과정으로 보고 변화의 질서 그 자체를 '도'로 규정한다. 동양 고전에서 도는 주로 진리, 법칙의 의미를 갖는데 『주역』에서는 자연계의 변화 법칙이며 규범 원리의 뜻을 갖는다. 그 전형적인 명제가 「계사전」의 다음 구절이다.


한 번은 음의 방향으로 운동해 나가고 한 번은 양의 방향으로 운동해 나가는 것을 '도'라고 한다.


어두운 밤이 지나가면 환한 낮이 오고, 낮이 가면 다시 밤이 오듯 이 순환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은 모든 사물들이 변화해 나가는 '길', 즉 세계의 보편적인 운동 법칙이다. 동시에 그와 같은 보편적인 법칙은 인간이 마땅히 받아들여야 할 당위의 규범으로 보는 데에 유교의 특징이 있다. 『주역』은, 세계의 보편적인 운동 법칙이자 당위의 규범으로서의 '도'가, 한 번은 음의 방향으로 운동해 나가고 한 번은 양의 방향으로 운동해 나가는 음양의 원리라는 점을 강조한다. 뿐만 아니라 세계의 구조 또한 위ㆍ아래의 천지나 전ㆍ후/ 좌ㆍ우 사방이라는 음양적 범주로 이루어져 있다. 일찍이 장자는 "역은 음양을 말하는 것이다"고 하여 이 점을 간파한 바 있다.


그렇다면 음양이란 무엇인가? 음양은 본래 음지와 양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음양 개념의 성립과 변용 과정을 검토해 보면, 『주역』에 있어 음양은 천지, 일월, 남녀, 상하, 좌우, 왕래 등과 같이 구체적인 사물 또는 한정된 사물의 양상을 지칭하는 개념이라기보다, 대대(對待) 관계에 있는 모든 개념 쌍을 포섭하는 범주적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음양'이라는 단어가 성립되기 이전부터 '대대' 관념은 존재하였으며, 음양은 대대 관념을 나타내기에 가장 적합한 용어로서 선택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대대'란 무엇인가. 대대란 서로 마주하며 기다린다는 의미로서 지금은 일상어로 사용하지는 않으나 문집에서는 자주 발견되는 용어이다. 대대 관념을 표상한 최초의 매개체는 '—'와 '- -'이라고 하는 기호인데, 이것이 괘(卦)8)를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양효(陽爻)와 음효(陰爻)다.


기호는 의미를 간이화(簡易化)ㆍ직관화ㆍ형상화하여 감성적 직관을 통하여 인식하게 하는 매개체이다. 기호의 의미는 신호등의 적신호나 청신호와 같이 항상 다른 기호와의 연관 아래에서만 결정되며, 그 기능 또한 상호 작용 속에서 비로소 생겨난다. 그러므로 역학 사상에 대한 최초의 표현 매개체가 기호였다는 사실 자체가 상호 연관성이라고 하는 '관계'를 그 중심 과제로 부각시키기에 충분하다. 양효는 음효와의 관계에 의해서, 음효는 양효와의 관계에 의해서만 의미를 갖고 기능할 수 있는 상반적인 타자와의 관계성을 표상한다. 이것이 서로 반대가 되어야 감응하여 조화되어 하나가 된다고 하는 '상반응합(相反應合)'의 논리로서, 『주역』에 있어 대대 관념의 원형이 된다. 이 효들이 3개씩 겹쳐진 것이 8괘이며, 8괘가 두 개씩 겹쳐진 것이 64괘이다. 『주역』은 64괘에 대한 해설과 그 설명 체계라고 볼 수 있다. 괘사와 효사 그리고 '십익(十翼)'9)이 그것이다.


유가의 문헌에서 대대 관념이 명확하게 음양이라는 용어로 표현된 것은 『주역』의 「계사전」과 「설괘전」 등 십익이다. 그러나 『주역』의 괘사나 효사는 물론 『서경』, 『좌전』 등에도 이미 후대에 음양이라는 용어로 표현될 수 있는 관념이 사상의 중핵을 이루고 있다. 게다가 은나라 시대의 갑골문(甲骨文)에도 상/하 , 좌/우, 정/반 등 구체적 사물의 대립 계열이 나타난다. 같은 시대 청동기, 제기(祭器) 등에 꾸며진 무늬와 장식의 위치도 대립되는 힘들을 나타내 보이고 있다. 『논어』의 다음 구절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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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주평화뉴스_대표기자